



林桃奶奶的桃子树
린 할머니의 복숭아나무
타이완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탕무니우의 <林桃奶奶的桃子树>를 소개합니다. 대만 문화부가 주관하는 출판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인 金鼎獎(금정상, Golden Tripod Awards)과 丰子恺儿童图画书奖(펑즈카이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그림책입니다. 국내에는 <린 할머니의 복숭아무>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있습니다.
표지부터 분홍색 색감이 어쩜 이리 이쁘고 고운지요. 온통 분홍빛으로 가득한 린 할머니의 집 주변의 복숭아 나무를 보고 있자면 저절로 침도 고입니다.
花开了!(꽃이 피었어요)로 시작되는 첫 문장과 온통 분홍색 꽃잎으로 가득한 나무, 심지어 나비까지 분홍색인 그림이 보입니다. 그리고 꽃이 지고 복숭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달콤한 복숭아 향기에 이끌려 다람쥐, 염소, 호랑이, 거북이 가족까지… 동물 친구들이 하나둘 찾아오고, 린 할머니는 기꺼이 복숭아를 나누어 줍니다. 동물들 숫자가 1,3,5.. 이렇게 늘어나다 그야말로 우르르~ 너나 할 것 없이 달려옵니다. 마지막에 뒤늦게 도착한 여섯 마리의 거북이 가족, 여기에 린 할머니까지 합쳐 모두 7의 숫자를 완성하고 복숭아 파티를 하네요. ^^
책에 등장하는 할머니의 이름 '林桃(린타오)'는 거꾸로 하면 桃林(타오린), 바로 도화숲(복숭화숲)이란 뜻입니다. 우리나라 번역본에는 원문의 느낌을 살리기가 좀 어려웠는지 '린 할머니'라고 번역되어 있어요. 이런 부분은 원서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우리말과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매칭이 되는 경우도 있고, 우리말이 훨씬 그림책의 느낌을 더 잘 살려줄 때도 있지만요. 알고 읽는 것과 전혀 모르고 읽는 것 사이에는 이런 쏠쏠한 재미들이 있습니다.
그림책 속 할머니는 실제 타이완 고산 지대에 살며 농사일과 집안일을 하며 나눔을 즐기는 林桃(린타오) 할머니를 모티브로 했다고 해요. 창작 당시 중국 산수화의 아름다움과 의미에 매료되어 있던 탕무니우 작가는 할머니의 손녀로부터 林桃라는 할머니의 이름과 함께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듣자마자, '숲 속의 복숭아, 복숭아 속의 숲'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자연 생명의 순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작가 특유의 여운 있는 상상력과 간결하고 발랄한 그림과 문체를 통해 이야기를 재창조했다고 해요.
그림책 후반부에는 어부의 모습도 살포시 등장하는데요, 뜬금없어 보일지 모르는 이 장면은 중국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길을 잃었다가 우연히 이상향을 발견하는 어부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딴 거 같아요. 그림책이 양쪽으로 넓게 펼쳐지는 페이지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진짜 도화원 같은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살고 나누는 기쁨이 존재하는 곳 말이지요.
예쁜 색감과 간결한 문장, 유쾌한 그림까지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